후기포함) 명품 짝퉁 입었다고 비웃음 샀어요
27살 여자, 1년차 직장인입니다.저는 그닥 유행에 발 빠른 편이 아니에요. 저는 옷이든 기타 물건이든 트렌드나 브랜드에 많이 둔감한 편이라 아는 명품도 없고 갖고싶은 욕심도 없어요.그런데 얼마 전 엄마랑 같이 간 홍콩여행에서 산 옷이 화근이 되었어요. 엄마랑 길거리 쇼핑 중에 그냥 메이커 없는 보세 옷집에서 너무 마음에 쏙 드는 원피스를 찾았어요. 엄마도 너무 너무 예쁘다고 하시면서 진짜 잘 골랐다고 둘이 같이 여행 내내 즐거웠어요. 젊은 저도 이 옷이 무슨 옷인지 모르는데 엄마가 어떻게 아시겠나요.
여행 다녀와서 기념품 챙겨서 그 옷 입고 회사에 갔는데 일이 터졌습니다. 알고보니 그 옷이 구* 이미테이션 제품이었나봐요. 짝퉁인거죠. 저는 구*는 요즘 밖에서 자주 보이는 그 빨간 뱀이나 빨간색+까만색 리본이 달려야지 그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 하나 없이 무난해 보이는 옷도 그 브랜드 옷이 나오더라구요. 몰랐어요. 점심 먹을 때 직원 몇 분이 옷 예쁘다고 해주셔서 길에서 샀다고 얘기하려 하는 순간, 30대 대리님이 "그래도 00씨 아직 어리고 돈도 이제 모으기 시작했는데 벌써 그런거 맛들이고 그러면 안돼~" 이러시는 거예요. 그래서 저는 혹시 옷이 좀 비싸보여서 그러시나 싶어서 "아 이거 홍콩갔을때 길에서" 까지 말했는데 또 끊으시면서 '그것봐라 뻔하지' 라는 표정으로
"그래 알아~ 짝퉁 산 거잖아~ 나도 젊을 때는 짝퉁이라도 좋으니 이거 입고 싶다 저거 들고 싶다 하면서 A급 찾고 그랬었어~ 다 젊을때 추억이다 진짜ㅋㅋ 그래도 지금 나이 먹고 보니까 젊은 사람들 그러는게 너무 다 보이니까 이젠 내가 다 민망하더라니까~" 라면서 웃으시길래 제가 기분은 나빠도 막내니까 적당히 웃으면서 "아 이거 그런 옷이에요? 모르고 샀어요. 그냥 길에서 예뻐서 샀는데 구렇구낭~ㅎㅎ 저는 패션 무지랭이라ㅠㅠㅋㅋ 할 수 없죠 뭐. 저는 괜찮아용"
이라고 했는데도"00씨는 몰랐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좀 민망해~ 00씨도 요즘 중학생들이 화장하는 거 보면 아이구.. 싶지? 딱 그런 마음이야. 명품은 나중에 능력 될 때 진짜로 사입어야지 카피는 돈만 쓰고 나이 한 두살만 더 먹으면 계속 입지도 못해. 민망스러워서.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도 똑같이 그러던 때가 있어서 얘기해주는거야~" 라면서 호호호 본인만 재미있더라구요.
옆에있던 다른 직원들은 그냥 분위기 싸해지지않게 적당히 '에이 뭘~ 알아서 입는거지' 수준으로 대충 정리하시고 저는 막내라서 '아..진짜 그런건 아니었는데 참고할게요..ㅎㅎ' 수준으로 끝났어요. 하지만 저는 곱씹을 수록 기분이 나쁜데, 마냥 기분 나쁠 게 아니라 진짜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나 궁금해졌어요. 다른 분들 어떠세요? 명품 짭 옷 입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대충 어디 짭인 것도 아시고, 알고나면 능력 안되는데 짭이라도 입으려고 안달 난 사람으로 보이시나요?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어떻게 옷을 골라야할지 고민이네요ㅜㅜ 앞으로 이런 명품 짭을 안 입고 싶어도 무슨 옷을 카피한 건지 모르는데 어떻게 고르죠. 그냥 예뻐서 산건데 앞으로도 길에서 옷 살 때 이게 어디 카피제품인가 알아보려면 어떻게 알아보나도 싶고 어려워졌네요.
사실 저 자체는 그게 카피제품인걸 알게 된 지금도 상관없긴 해요. 여전히 옷은 마음에 들지만 저 대리님처럼 생각하시는 분이 더 많다고 한다면, 저도 저 옷을 다른 모임 같은데 입고나가기 껄끄러워지긴 할 것 같네요.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의견 좀 부탁드려요! 감사합니당♡!
후기
우와...기대보다 훨씬 많은 댓글 달아 주셔서 엄청 놀랐어요. 감사합니다! 댓글 읽고 나니까 확실히 여쭤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.편들어주신 말씀들 덕분에 속상한 마음이 많이 달래졌어요. 제 친언니 100명 있는줄ㅋㅋㅋ감사합니다!
반면에 저도 어느정도 경각심은 있어야하는구나 깨닫고 갑니당..저는 이걸 이제 홍콩에서 다시 환불도 못하고 별 수 있나 옷은 예쁜데 뭐 어쩔 수 없지.정도로 생각했는데 몇 댓글들 보니까 이런 생각도 불법을 두둔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거구나 새삼 깨닫게 됐네용.
하지만 그렇다고 '앞으로 최대한 카피는 입지 말아야지!' 다짐한들 제가 어떻게 카피제품을 걸러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대안이 없어 답답하네요 흐아ㅠㅠㅋㅋㅋ 이것도 그냥 명품카피샵이 아니라 일반 보세샵에서 산 건데 말이죠.제일 좋은 건 애초에 이런 카피제품이 생산 안 되어야 저같은 패션 무식자가 짝퉁을 피해갈 수 있을텐데ㅠㅠ..무튼! 옷이 예쁘기도 하고 엄마랑 여행 중에 산거라 추억도 있고 해서 좋아하는 옷이 될 뻔 했지만! 이제 저도 영 찜찜해서 sns에 올리거나 안 친한 사람들 만날 때 입거나 하지는 못하겠네요ㅠㅠㅋㅋㅋㅋ 가족용, 친한 친구용으로 강제봉인입니다 흑흑ㅋㅋ